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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창원 특집다큐 소멸의 땅]



[보도 특집] 소멸의 땅 

■ 프로그램명 : KBS창원 보도특집 다큐
■ 방송일시: 2020년 12월 18일(금) 저녁 7시 40분

제 ① 장 : 위기의 전조

지방의 미래는 어둡다. 앞으로 지방 인구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인구 연령대는
고령자뿐일 것이다. 통계 숫자로만 추정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답사를 진행하며 두 눈으로
지방의 현실을 직접 목격한 뒤 내린 결론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도시 절반이 소멸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취재진이 그 중 대표적인 마을인 시코쿠 나고로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는 사람이 아닌 인형들이다. 50년 전만해도 번화했던 이 마을엔 350여개의 인형과 스물 일곱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보다 인형이 더 많은 마을은 지방소멸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또한 곳곳에서 지방 소멸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경남 1번지’라고 불렸던 경남 창원 마산 창동·오동동은 한때 번성했던 곳이지 요즘은 아니다. 한때 50만 명에 달했던 마산 인구도 현재 36만 여명,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8%다. 

전북 익산시 중앙동 또한 원래 ‘젊음의 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활기를 찾을 수가 없다. 익산시는 최근 40년 동안 정점 인구에서 인구 25% 이상 급격하게 감소한 대표적인 ‘축소 도시’다.

곳곳이 텅텅 비는 ‘국토 골다공증’ 현상은 대도시까지 번지는 중이다. 1995년 부산 인구는 388만 명이었지만 현재 330만 명대로 떨어졌다. 부산 청년 박소현 양은 “제2의 도시는 옛말이다”며, “이미 청년들이 떠나고 ‘노인과 바다’가 된지 오래다”라고 말한다.

인구 감소로 지방이 쇠퇴하는 과정은 대부분 동일하다. 산업 변화로 인구를 뒷받침했던 일자리가 무너지고, ‘청년’들은 하나 둘 도시를 떠나고, 동시에 이뤄진 도시 외곽 개발은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 ‘남은 인구’를 두고,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며 함께 쇠퇴한다. 그렇게 지방 도시가 매력을 잃는다. 악순환이다. 소멸의 땅이 되어가고 있는 지방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제 ② 장 : 쏠림과 빨림

돈은 사람을 쫓고, 사람은 돈이 있는 곳으로 몰린다. 1960년대 전체 20%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절반을 넘어섰다. 인구를 넘어 자본과 기업 등 모든 것이 빨려갔다. 쏠림과 빨림의 악순환이다. 생존을 위해 지방 사람은 균형 발전을 외치지만 방치될 뿐이다. 

지방에 살던 그 많던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1960년대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인구 상당수가 구직과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80년대 전체의 28%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50%를 넘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재 수도권에는 중앙부처 100%, 공공기관 84%, 100대 기업 본사 90% 등이 있다. 인구가 수도에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과거 우리나라가 빠른 성장을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성장 거점 전략’을 펼쳤다는 데 있다.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수도권에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 균형 발전 등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매번 한계에 부딪혔다. 쏠림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점점 방치되고 있는 지방은 ‘빨림 현상’을 막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경북 구미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전 지역민이 나서서 유치전을 벌였다. 지자체는 130만 제곱미터 무상 임대와 신축아파트 임대를 약속했다. 지역민들은 한 겨울에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하며 SK 최태원 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선택한 곳은 결국 경기도였다. 

지금 수도권은 지역이 소멸되는 현실에 관심이 없다. 2007년과 2015년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는 지역민 1,000만 명이 서명 운동을 벌여 국회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지만, 중앙 일간지에는 어디에도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았다. 생존을 갈구하는 지역민의 간절한 외침은 저 멀리 수도권에 들리지 않는다. 

제 ③ 장 : 공생과 공멸 사이

지방 소멸 문제는 지방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이야기다. 계속 되는 수도권 인구 집중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 경쟁 심화로 인한 ‘초저출산’, 자치 단체 파산으로 인한 천문학적 세금 부담 등의 문제를 낳는다. 공생을 위한 해법은 없을까?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모두가 수도권에 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나라는 ‘공멸’의 시나리오를 밟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 경쟁 심화로 인한 ‘초저출산’, 자치 단체 파산으로 인한 천문학적 세금 부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공멸의 시나리오는 앞당겨지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공생의 해법은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수는 228개다. 바꿔 말하면 의사결정 단위가 118개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패한 사업에 중복 투자하는 등 예산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너무나 세분화된 지방 분권이 소멸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모두를 전부 살릴 수는 없다. 새로운 공간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은 ‘뭉쳐서’ 살아남았다. 단일 도시의 인구 확보만을 목표로 하는 과거 정책은 지자체 간 경쟁과 갈등을 심화하고, 해당 도시와 중앙 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국 곳곳에 연계중추도시권을 설정하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은 지역에서 상당 규모 중추성(인구 20만 명 이상)을 가지는 권역의 중심도시를 지정하고, 인프라와 행정 기능을 압축한 뒤 인근 시, 정, 촌 등과 네트워크 연결하는 권역을 말한다. 일정 이상 권역 인구를 가지고 활력 있는 사회 경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개발 단체는 ‘압축’을, 압축된 단체들끼리 ‘연결’하는 전략이다. 이미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으로 인프라를 확보하고 인구 감소를 막은 일본 하리마 권역이 그것이다. 2016년 권역 설정 후 중심이 되는 연계중추도시(중심도시)는 히메지(姫路)로 이 시의 인구는 50만 명을 돌파해 꾸준히 늘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 설정 후 권역의 전체 인구도 130만 명을 돌파해, 느는 추세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시간은 아직 남았다. 그리고 그 방법 또한 있다. 블랙홀 같은 수도권에 지방이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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